꽃피는 봄이 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봄의 끝자락 5월이에요.
오늘 아침부터 바람도 살랑살랑, 파아란 하늘 아래 햇살이 내리쬐길래 생각했죠.
"오늘이 딱인것 같아. 걷기 좋은날."
그래서 오늘 제가 걸어보고 왔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곳은 지난해 기획탐방이었던 삼례도보여행에 이어 고산도보여행 갈만한 곳들입니다. 여행하다보면 운전에 치일때 있어요. 장롱면허로 운전이라면 덜덜 떨려 핸들조차 잡지못하는 이들도 있을거구요. 다들 공감하시죠?
도보여행을 하려면 버스를 타고 와야할테니 고산터미널에서부터 시작해 볼까요?(자차로 와서 걷는다면 고산미소시장에 주차하고 출발하세요!)
시골의 작은 터미널이지만 고산까지만 들어오면 고산자연휴양림이며, 천호성지, 화암사, 대둔산 등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이동도 가능해요. 전주와 삼례를 오가는 버스도 운행하고 있고요. 예부터 인근 6개면을 대표하는 중심지였다고 하는데요. 지금도 4일과 9일에는 고산오일장이 열리고 있으니 역시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가지않지만 예전엔 익산, 군산까지도 오갈만큼 사람들의 수요가 있었나봅니다.
터미널에서 나와서 오른편으로 가면 고산여행의 필수 코스 고산미소시장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완주한우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고산미소'라는 식당을 필두로 하여 왼편에는 다양한 종류의 식당이 있고 도로건너 오른쪽 광장쪽에는 소모양을 한 미끄럼틀 시설과 여러 작은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네요. 고산미소시장의 중심 고산미소는 점심식사시간에 갈비탕이 금방 매진되는 유명한 맛집이랍니다.
아! 현수막을 보니 둘째, 넷째주 토요일 12시에서 4시 사이에는 프리마켓 형태의 고산이야기장이 열린다고 하네요. 저도 아이들과 한번 꼭 와봐야겠어요. 들어가서 구경하고픈 곳을 좀 찍어보았어요. 월요일이 휴무인 곳들도 있네요. 뭐하는 곳일지 궁금한 곳도 있고 아기자기 소품이 기대되는 곳도 있고 군침이 막 돌게 하는 로컬먹거리를 판매하는 곳도 많네요. 장날에 방문하면 좀더 활기찰 것 같아요. 조금 특이한 공간이 있었는데요. 비빌언덕 중개사무소라는. 마을과 청년을 연결한다고 써 있어서 좀 찾아보았더니 말 그대로 지역과 청년을 연결하는 허브공간의 역할을 담당한다고 하네요. 지역에 있는 청년일자리 등도 소개해준다고 하니 완주살이에 관심있는 청년들이라면 한번 방문해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걸음을 옮겨 미소시장 옆에 만경강생태공원이라는 작은 공원이 있어 가보았어요. 산책길과 쉼터가 잘 되어있어서 밥먹고 잠깐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인듯 합니다. 공원 쪽에 완주공동체미디어센터도 있는데요. 아이들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미디어 교육을 하기도 하고 시골극장의 역할을 하기도 하네요. 상영일정을 찾아봐서 우연히 만난것처럼 들어가서 영화를 한편 보고나와도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홈페이지를 보니 시골극장 나들이 신청이라하여 10명이상이면 매주 금요일 오전 10~12시에 상영관을 무료개방해 영화를 보여준다는 내용이 있네요. 와아. 넘나 좋은것.
이제 고산의 메인스트리트를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장날은 아니지만 가방, 이불을 파는 노점상들이 있기도 하구요. 봄꽃화분과 모종들이 진열되어있기도 합니다. 걷는내내 어떤 상가들이 있는지 바라보면서 심심하지 않게 움직일 수 있었어요. 파란 고래가 그려진 벽을 보면서 멈춰보았는데요. 몇몇 아이들이 놀고 있었어요. 이곳은 완주놀자지역아동센터이자 청소년센터 고래라는 곳이었어요. 완주군은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답게 아이들을 위한 많은 노력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외벽에 담쟁이덩굴이 멋스럽네요.
고산초등학교 입구 전의 골목으로 들어가면 고산향교와 고산 세심정이 나오는데요. 전북 시도유형문화재인 고산향교는 조선전기의 시설로 1399년 소실되었다가 그뒤 복원, 임진왜란때 다시 소실되어 1601년 대성전을, 1604년 명륜당을 건립했다고 합니다. 대성전과 명륜당은 1966년 보수하였고 현존하고 있답니다. 봄가을에는 석전대제라는 큰 제사를 지낸다고 해요. 명륜당에 머물러 바람을 맞아보니 글자가 술술 읽혔을 것 같은 기분은 왜죠. 그만큼 공부하기 좋은 자리였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고산향교에서 나와 왼편 언덕배기로 조금만 올라가면 만경강이 보이는 세심정이 나오는데요. 이 곳이 기가 막힙니다. 세심정은 조선의 무인인 '서익'이 고산의 산수에 매료되고 만그루의 대나무를 심고 호를 만죽으로 부르며 항상 마음을 청정하게 씻는다는 의미에서 정자의 이름을 세심정이라 하였다고 전해져 오는데요. 예부터 절경이 뛰어나 고산의 명소로 잘 알려져있다고 하네요. 사실 오늘 아쉬운게 세심정이 가꿔지고 있는 중(청소)이라 올라가보진 못했어요. 흐엉. 하지만 올라가보지 않아도 만경강뷰며 바람이며 느껴지는 것이 심상치 않아요. 그야말로 고산천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밑으로 내려가 보면 앉아서 쉴만한 곳도 있어요. 다음에는 세심정에 올라 만경강을 바라보면서 마음을 정결하게 하고 말거에요.
그리고 저는 다시 올라와 만경강트래킹길을 따라 거닐어 보기로 합니다. 오른쪽은 논밭뷰, 왼쪽은 마운틴&리버뷰인데 오늘따라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와 가는 내내 콧노래가 흘러나오네요. 본격적인 농사철의 시작이라 농사일에 바쁜 농부의 모습이 여기저기 보이네요. 강 옆으로 자전거전용길도 있으니 자전거 타고 달리면 더 기분이 좋을 것만 같네요. 오늘 저의 하루여행길, 고산도보여행길 저는 너무 좋았어요. 담에 시간이 된다면 미소시장 가게탐방도 해봐야겠어요.
봄날은 가고 여름이 오기전 시원한 바람 맞으며 사부작사부작 같이 걸어볼사람?! 손~~~!!
이야기 더하기
길을 거닐다보니 마을보호수들이 꽤 있어서 마을보호수이야기를 몇개 남겨보아요! 너무 커서 사진에 담기 너무 어려웠던!^^혼자 걸으니 보호수에 눈길이 가고 이야기가 궁금해지더라구요.
300년 이상 된 이 나무는 마을주민들이 고사를 지내면 주민이 무병장수함은 물론 그해 농사가 풍년이 된다는 전설이 전해내려오고 있어서 음력정월 초하루와 대보름에 고사를 지내고 있대요.
나무 앞에 큰 길이 있어 사람들이 많이 지나는데, 이 길을 지나는 길손들이 나무 아래에서 쉬지 않고 가면 발병이 난다 하여 반드시 휴식을 취하고 간대요ㅡ 저도 사진을 찍으며 바람을 맞으며 그늘 아래 잠시 휴식을 취해보았답니다.
수세가 좋아 여름철이면 관광객이 많이 찾아왔으며 옛날 어느 어머니가 자식의 과거급제를 위해 여기서 소원성취를 기원했다는 전설이 전해져온대요. 과거급제 했으리라 조용히 믿어봅니다.
오랜세월 고산에 머무른 저 나무 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쉬어갔을까요? 오래오래 살아서 더 많은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쉼터가 되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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